열두번째 인턴

열두번째 인턴 | 연출 신윤호 | 2019 | 29분 단편사무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보리는 열두번째 인턴으로 등장해요. 많은 숫자 중 '12'라는 숫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신윤호 감독 동서양을 막론하고 숫자 '12'는 완전한 숫자라는 통념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 대사 중에 사장이 “이번 건만 하면 우리 이제 예전처럼 될 수 있다”라고 나오는데 이번(열두번째 인턴)이 마지막 프로젝트라는 의미거든요. 그들에게 열두번째 인턴은 마지막 희생양이자 그들 프로젝트의 완성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붙였습니다. 단편사무소 그럼 이번 건이 끝나면, 그 회사(집단)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신윤호 감독 사실 이 회사의 설정이 처음부터 보험 사기꾼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라 진짜 일반 회사였어요. 웹 페이지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빨간 압류 딱지가 붙을 정도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된 거죠. 그러던 중 우연히 발생한 사건을 통해 직원 상해 보험이 꽤 크게 나오는 일을 경험하고 인턴들의 상해 보험으로 부채를 갚고 있던 거예요. 아마 이 프로젝트만 끝나면 얼추 빚을 다 갚게 될 테니 다시 예전처럼 웹 에이전시로 돌아갈 것 같아요. 단편사무소 보리에게 에어컨 실외기 관련 일을 알려주던 '형식'도 보리 이전 인턴 중 한 명이었을까요. 신윤호 감독 형식이도 인턴으로 들어왔다가 보리와 같은 일을 당하고 회사의 시스템을 알게 된 거죠. 형식이는 그 회사 시스템에 받아들여지는 대가를 치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형식은 '손가락'을 지불하고(상해를 입고) 회사에 편입이 된 거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땔감이었던 거죠. '사실 인턴이라고 불리는 <이방인>들은 모두 시스템의 일원이 되고 싶어 조직에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일원이라기 보다 대부분 땔감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편사무소 형식은 시스템에 편입되어 행복했을까요. 신윤호 감독 보리가 통화하는 걸 형식이 듣고 "빨리 들어가자"라고 말해요. 오대리나 형식이 같은 인물들은 현재 시스템을 조금 힘들어하고 있어요. 보리의 모습은 곧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과 같으니까요. 단편사무소 사실 오대리도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오대리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요. 마지막을 위한 빌드업이었는지, 진짜 임신을 해서 이제 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지 않아진 건지도 궁금했어요. 신윤호 감독 보리가 입사한 날이 마침 오대리가 임신임을 깨닫고 초음파 사진을 찍고 온 날이었어요. 그래서 그날만큼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 보리에게 "지금이라도 가"라고 한다거나 보리가 다치지 않게 도와줬던 거죠. 그러던 중 아버지(사장)가 "이 건만 하면 예전처럼 될 수 있다"라고 하고,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돈이 없으면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라는 생각에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보리를 끝내려고 한 거예요. 단편사무소 영화 초반으로 가볼게요. 보리가 면접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데요. 그 안에서 보리가 어느 한곳을 응시하는데 남자 일행이 여자친구의 다리를 보는 건 줄 알고 시비를 걸어요. 이때 보리는 여자의 다리 뒤 사건 현장 표시를 보고 있던 게 맞나요. 신윤호 감독 네 맞아요. 다리 뒤의 사건 흔적을 본 거였어요. 근데 그때는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고 '저런 게 왜 있지?' 생각하며 가볍게 봤을 거예요. 그러다 여자 다리를 본 것으로 오해를 산 거죠. 나중에 많은 사건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봤던 그 표시가 사실은 사람 모양이었다는 걸 깨닫게 돼요. 단편사무소 면접 시간도 밤이고 건물 환경도 좋지 않아 보여요. 보리는 면접 보러 가는 길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신윤호 감독 되게 낯설고 불안했을 것 같아요. 사실 엘리베이터 안의 사건 현장 표시도 보리한테 불안을 주는 요소 중 하나거든요. 회사에 도착해서 첫 번째 들었을 생각은 '내가 제대로 왔나?' 였을 것 같아요. 웹 에이전시라고 왔는데 웬 모텔 건물이었으니까요. 두 번째로는 '여기가 제대로 된 회사가 맞을까?'라는 불안한 감정이 들었을 것 같아요. 사실 영화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으로 꾸민 거지만,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 혹은 구직자들이 면접 보기 위해 처음 회사에 찾아갈 때 비슷한 공포와 낯섦을 느낄 거라 생각해요. 그런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한 거죠. 단편사무소 보리도 불안을 느끼긴 했던 거네요. 신윤호 감독 네 그렇죠. 근데 사장이 들이민 계약서를 보고 바로 마음을 바꿔요. 사회 초년생인데 월급 250만 원을 받고 4대보험까지 다 들어준다니까 앞선 의심을 해소할 수 있었던 거죠. 단편사무소 영화 중간중간 비상구 모양의 피규어가 등장해요. 그 피규어는 보리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보리에게 얼른 도망가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신윤호 감독 직접적으로는 피해자를 상징하는 오브제로 사용한 거였어요. 한편으론 부루마블 게임에 비유했을 때 그 피규어는 게임판의 "말"이라고 볼 수 있어요. 스토리 상 사장부터 형식이까지 네 명 다 오늘 밤의 플레이어거든요. 큰 아들이 책상에 피규어를 탁 내려놓는 것도 "내가 이제 플레이하겠다"라는 의미로 자기 말을 내려놓은 거고요. 단편사무소 사무실에 특이하게 초와 부적이 놓여 있어요. 부적은 자신들의 소원성취를 위해 놓은 건가요. 아니면 죽은 영혼을 위한 거였나요. 신윤호 감독 귀신 나올까 봐 해놓은 거였어요. 자기들도 무서우니까요. (웃음) 실제로 귀신 쫓는 부적을 사 왔거든요. 영혼들을 위로 한다거나 미안해서가 아니라 진짜 귀신 나올까 봐 해놓은 거예요. 단편사무소 야식으로 족발 먹는 장면도 인상 깊었어요. 우걱우걱 먹는 모습을 차례대로 보여주는데요. 신윤호 감독 포식자라는 의미였어요. 이 사람들은 오늘 사람 죽이는 일을 할 건데 밥을 잘 챙겨 먹는다는 사실이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그리고 식사 중에 "다 같이 파이팅 합시다" 하고 건배를 할 때 보리도 거기 껴서 함께 건배하는 장면이 괴기스럽고 그로테스크했던 것 같아요. 단편사무소 에어컨 실외기 장면도 빠질 수 없는데요. 에어컨 실외기에 올라가 공포감을 느끼던 보리의 연기가 실감 났어요. 촬영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신윤호 감독 사실 영화를 준비할 때 이 장면이 제일 난제였어요. 빌딩 6층 이상의 높이에 실외기 위로 사람이 올라가야 해서... 결과적으로 실외기 장면은 세트로 제작을 했어요. 아무리 세트여도 3-4층 높이여서 주연 배우분께서 와이어를 달고 촬영 하느라 많이 무서우셨을 거예요. 디렉팅을 따로 안 드려도 연기를 너무 잘해주셨어요... (웃음) 그리고 세트 만드는 업체에서 (예산보다 더) 잘 만들어 주셔서 실감 나는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세트로 촬영하다 보니 CG 감독님께서도 정말 고생하셨어요. 이 영화에 CG 컷만 거의 70건이 되어서 우스갯소리로 "단편 영화계의 마블이다"라고 할 정도였거든요. 이 자릴 빌어 김연수 CG 아티스트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단편사무소 보리의 마지막을 '에어컨 실외기'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신윤호 감독 개인적으로 영화를 하다가 회사를 다니기도 했고 그만두고 또 영화를 찍기도 했는데요. 그때마다 항상 발밑이 없는 곳을 걸어 다니는 느낌이었어요. '영화를 한다는 것'이 항상 발밑에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더라고요. 보리에게 '취직'이란 땅에 발을 내딛고 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취직한 순간 발밑이 있는 삶을 사는 거죠. 그래서 보리가 어딘가에 떠있어야 할 것 같은 '부유한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보리가 실외기에 매달리게 된 거죠. 엔딩을 비극적으로 끝낸 이유도 사실 올라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는 상태가 딱 요즘 인턴, 청년 그리고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상황인 것 같더라고요. 중간에 매달려있는 게 실제 현실인 것 같아서 거기서 끝낸 거예요. 근데 왠지 저는 보리가 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보리가 죽었을 거라 생각한 것은 사장과 그 직원들의 생각이지, 사실 영화가 끝나고 보리가 올라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단편사무소 감독님도 보리가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신 거네요. 신윤호 감독 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 같아요. 보리도 잘 되고 싶고 내 힘으로 이곳에서 올라가고 싶었을 텐데 현실이 녹록지 않았던 것뿐이니까요. 보리가 매달려있는 상태로 유보된 상황, 열린 결말인 거죠. 단편사무소 보리 이름이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름 설정에 비하인드가 있을까요. 신윤호 감독 사실 보리는 불교 용어로 '깨달음'이라는 뜻이에요. 이 친구가 살아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모순적이게도 왠지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거든요. 보리가 이 회사가 어떤 회사고, 여기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었던 것 같습니다. 단편사무소 그럼 보리가 자신의 처지, 입장을 깨닫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신윤호 감독 보리가 실외기에 매달려있을 때 밑을 내려다 봐요. 거기 사람 모양의 사건 현장 표식이 있고 그 옆에 형식이랑 눈이 마주치거든요. 그때 '여기가 이렇게 돌아가는 곳이구나'라고 깨달은 거죠. 사실 새로 들어온 인턴이 아무리 무장한다고 해도 이방인은 무조건 무장해제일 수밖에 없잖아요. 원래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거든요. 거의 죽기 바로 직전까지는 알 수 없는, 보편적인 약자가 가질 수밖에 없는 태도인 것 같아요. 단편사무소 보리를 비롯한 이 시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윤호 감독 저도 미완의 인생인데 제가 무슨 말을 해드릴 수 있을까요...(웃음) 저나 청년들이나 똑같겠지만 우리가 올라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상태잖아요. "그래도 일단은 포기하지 말고 한 번 올라가 보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보리가 살아있기를 기대하는 것처럼요. 단편사무소 감독님의 발밑에도 든든하고 단단한 무언가가 받치고 있길 바라며! 감독님에게 단편영화란 어떤 의미인가요. 신윤호 감독 단편영화는 입학 첫날, 교실에 들어가는 느낌 같아요. 입학 첫날, 왠지 불안하고 낯설지만 이상한 설렘도 있잖아요. 나한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고 이상한 부분을 긁어대는 이야기인데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한... 저에게 단편영화란 그런 느낌인 것 같습니다. 단편사무소 숏트롱크루즈 세 번째 여정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윤호 감독 | 시놉시스 |늦은 밤, 인턴 면접 전화를 받고 달려온 보리. 꾀죄죄한 빌딩 환경과는 달리 꽤 좋은 조건.하지만 오늘 하는 것에 따라 채용여부가 결정된다. 이어지는 뻔하디 뻔한 우리나라 IT회사의 야근.그런데 상황판에 적힌 성과금이 흔하지 않다. 오늘 밤 이들의 야근은 특별하다. 왜냐하면 인턴이 새로 왔기 때문이다.의욕 충만한 보리 앞에 갈수록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서서히 당면한 진실과 맞닥뜨린다. | 연출의도 |누구나 처음은 이방인으로서 세계를 두드린다.이방인은 새로운 세계에 편입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고자.하지만 세계는 이방인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유지하는 땔감으로 취한다.이 간극이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는 좌절이자, 공포다.이 시대의 이방인의 가장 흔한 이름은 '인턴'이다. 그들은 가장 손쉽고 좋은 '땔감'이다. | 스태프 및 출연진 |각본 및 연출 : 신윤호 / 프로듀서 : 유채운 / 촬영 : 정기혁 / 조명 : 문성진동시녹음 : 조한철 / 미술 : 장명준 / 편집 : 신윤호, 원창재 / 믹싱,음악 : 장준구(루크사운드)CG : 김연수 / 색보정 : 심상재(B Lab)보리 역 : 고 현 / 오대리 역 : 김니나 | 상영 및 수상경력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단편(2019)제7회 인천독립영화제 일반부문(2019)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미드나잇 시네마 초청(2019)제13회 상록수다문화국제단편영화제 촬영상(2019)제8회 광주독립영화제 초청(2019)제7회 춘천영화제 초청부문(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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