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거리두기 | 연출 이유정 | 2021 | 19분 단편사무소 <거리두기>라는 제목에 중의적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인상 깊어요. 이유정 감독 우리가 지금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물리적인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이웃 간에 심리적 거리두기를 해오고 있었잖아요. 이 내용들을 영화에 모두 담고 싶었고 이 두 가지 현상을 공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거리두기' 였어요. 단편사무소 코로나 시대의 '거리두기'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코로나를 극복한 시대에 다시 이 영화를 봤을 때, '맞아 그런 시절도 있었지'라고 여겨질 역사의 기록 같은 느낌도 있고요. 이유정 감독 사실, <거리두기> 촬영 한 달 전에 코로나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라는 통보를 받고 자가격리를 한 경험이 있어요. 극 중에 나온 키트나 구호품 같은 것들도 제가 실제 받은 것들이거든요. (웃음) 저는 결국 음성이 나오긴 했지만, 실제 경험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서 더 현실감 있게 연출할 수 있었어요. 단편사무소 이런 '코로나'를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이유정 감독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어떤 기사를 보게 됐어요.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나 전쟁 등의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일수록 가정 폭력 신고 건수가 미세하게 줄어든다는 내용이었어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계속 같은 공간에 머물게 되면서 피해자가 신고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져서 오히려 신고 건수가 미세하게 줄어든다는 거죠. 코로나와 가정 폭력에 대한 연관성을 다룬 이 기사를 보고 영화 제작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단편사무소 가정 폭력 중에서도 '아동 학대'라는 소재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정 감독 영화를 준비하면서 기사를 더 찾다 보니, 아동에 대한 폭력은 더 많이 늘었다는 뉴스가 많았어요. 코로나로 부모, 아이들 모두 외출이 제한되어 집에 오래 함께 있다 보니 갈등이 커지고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에게 분노, 스트레스가 쏠려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 시대에서 비롯된 이러한 현상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단편사무소 주인공 유진이 자가격리 상황에서 면접을 준비하는 장면 또한 코로나 시대에 있을 법한 모습 같아요. 며칠 뒤 면접을 가느냐, 마느냐 기로에 놓인 유진의 모습이 안쓰러웠어요. 이유정 감독 이 영화 속에서 유진은 공무원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는 인물이에요. 한참 면접 준비를 해야 할 때 유진은 자가격리를 하게 되고, 마침 옆집의 소음도 커지면서 유진의 불안도가 점점 높아져요. 사실 입시부터 시작해서 성인이 되고 나서도 면접의 연속이잖아요. 저 또한 시험이나 면접이 닥쳐올 때마다 항상 불안한 감정이 컸고요. 유진의 불안한 심리를 더 극적으로 그리려고 최종 면접이라는 상황을 연출했던 것 같아요. 단편사무소 유진이 최종 면접으로 준비하고 있는 직업이 '사회복지 공무원'이란 것도 눈에 띄어요. 많은 직업 중,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설정한 계기가 있을까요. 이유정 감독 코로나 시대에도 일상을 살아가야 하잖아요. 바이러스 때문에 오랫동안 준비했던 시험을 치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상황을 다루고 싶었던 것과 동시에 극 구조상 모순되는 지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회복지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이 꼭 윤리적이고 선량해야 하진 않잖아요. 사회복지직을 준비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웃의 폭력을 외면해왔던 인물이라면 그 인물의 갈등이 더 입체적이고 극적으로 잘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단편사무소 사회복지 공무원을 꿈꾸는 유진은 원래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이유정 감독 사실 유진은 일반 사람보다 윤리의식이 높거나 정의로운 캐릭터는 아니에요. 사회복지를 전공했지만 사명감을 갖고 '사회에 공헌해야지'라는 마음보다 그저 빨리 취업하기만을 바라는 사람인 거죠. 우리가 취업을 준비하거나 사회생할을 하다 보면 감정이 메말라가고 여유가 없는 상태가 되잖아요. 20대 후반의 유진도 그런 상태에 있는,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단편사무소 유진과 옆집 서영이 처음으로 마주치는 장면도 인상 깊어요. 서영과 마주치고 유진이 놀라면서 황급히 문을 닫았는데 이때 유진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자가격리 중에 사람을 마주쳐서 놀란 건지, 서영의 멍을 보고 어떤 사건에 연루될까 봐 회피하는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이유정 감독 유진은 그동안 옆집에서 반복적으로 나는 소음(폭력을 의심케 하는 소리)을 들어왔지만, 딱히 본인이 개입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시험에만 집중하고 싶었고 괜히 옆집과 엮이면 혹시라도 시험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까 봐 귀를 닫고 있었던 거죠. 그러던 중 복도에서 마주친 서영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내가 그동안 회피하고 있던 모습이 들켰구나'라는 생각에 다급하게 문을 닫게 돼요. 죄책감과 함께 '들켰다'라는 당황스러움이 섞였던 장면이에요. 단편사무소 그랬던 유진이 자가격리 상황임에도 크게 '개입'하려고 나서요. 마음이 바뀐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유정 감독 서영과 어쩌다 마주치게 되고,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서영의 행동에 유진은 '나는 이 아이에게 무관심했었는데 이 아이는 나에게 마음을 써주네'라는 생각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아요. 단편사무소 유진이 서영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어요. 서영에겐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가정폭력이 있는 집이 훨씬 더 위험했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이유정 감독 제가 영화를 만들 때 '아이러니'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편이에요. 재난 상황에 있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껴야 할 곳이 가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가정 폭력을 겪는 아이에겐 바이러스가 창궐한 밖이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영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아버지가 무섭지, 유진과 있는 건 무섭다고 느껴지지 않거든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려내고자 나온 장면이에요. 단편사무소 서영이 기계적으로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가정 폭력과 관계된 연출 장면일까요. 이유정 감독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창작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여러 다큐멘터리와 논문, 기사들을 찾아보고 참고해서 썼었는데요. 아이들이 가정 내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면, 본인이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죄를 짓고 있다고 착각하고 세뇌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나쁜 아이라고 생각해서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을 반영하려고 했어요. 단편사무소 유진과 서영이 베란다를 두고 면접 준비하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유정 감독 사실 이 장면은 <거리두기>를 만들 때 제일 먼저 영화 속에 담아야겠다고 염두에 두었던 장면이었어요. 유진과 서영이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있던 당시에는 심리적으로 먼 관계였지만,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서로 연대감과 유대감이 쌓여서 엔딩으로 갈수록 둘은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져요. 두 인물이 코로나 때문에 물리적으로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심리적 거리는 이전보다 가까워졌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단편사무소 앞으로의 삶에서, 둘은 서로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이유정 감독 그동안 유진은 시험에만 몰두하면서 피폐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이 일로 본인의 삶을 되돌아볼 것 같아요. 서영에게 유진은 잠깐이었지만 고마웠던 어른으로 남을 것 같고요. 단편사무소 <거리두기>를 본 관객이 어떤 걸 느꼈으면 하나요. 이유정 감독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게 되면서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고, 전보다 관심을 덜 갖게 되는 것 같은데요. <거리두기> 속 유진과 서영의 이야기를 통해 이웃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서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단편사무소 영화 <거리두기>는 숏트롱크루즈의 다섯 번째 섬, '어쩌다 마주친 타인의 섬'에서 함께 하게 돼요. 사람들은 때론 어쩌다 마주친 타인 앞에서 더 솔직해지기도 하고 더 큰 용기를 발휘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유진과 서영 또한 그런 것 같은데 타인을 향한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이유정 감독 저는 모든 사람이 선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떤 사람이든 본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선(善)이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 가지고 있는 선함에서 용기가 나온다고 믿고요. 단편사무소 우리 사회에서 선(善)에서 비롯된 용기가 더 많아 지길 바라며,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단편영화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이유정 감독 짧지만 각자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 단편사무소 마지막으로 숏트롱크루즈 탑승객분들께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이유정 감독 앞으로 단편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화는 집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 있기에 극장도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편사무소 숏트롱크루즈 다섯 번째 여정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유정 감독 | 시놉시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유진은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던 중 자가격리를 하게된다. 옆집의 반복되는 소음과 점점 올라오는 열 기운은 유진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던 중 옆집 아이 서영이 찾아온다. | 연출의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지금, 정작 거리를 두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 스태프 및 출연진 |각본 및 연출 : 이유정 / 촬영 : 이재혁 / 녹음 : 백승인믹싱 : 이창희 / 음악 : 이주형 / 제작 : 홍연이 / 미술 : 이은지유진 역 : 정은선 / 서영 역 : 백송희 | 상영 및 수상경력 |GIFF 대학생 단편영화제 우수상10회 대구여성영화제 우수상14회 경남독립영화제15회 여성인권영화제4회 강원영화제 햇시네마페스티벌9회 광진인권행동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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